운전대를 잡은 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 순간'
꽉 막힌 출근길, 혹은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가는 퇴근길. 깜빡이도 없이 훅 끼어드는 앞차를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른 경험, 운전자라면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경적을 울리거나 상향등을 켜는 정도에서 멈추면 다행이지만,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상대방 차량 앞으로 추월해 급제동하거나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단순히 화가 나서 그랬어요. 사고는 안 났잖아요."
수사기관에서 이렇게 호소해도 상황을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단순한 시비가 아니라, 법적으로는 자동차를 '위험한 물건'으로 간주하여 강력 범죄로 분류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이야기는 바로 이 한순간의 실수로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했던 한 청년, A씨의 이야기입니다.
자동차가 흉기가 된다고? 특수협박의 무거움
많은 분이 "때리지도 않았고, 차만 좀 험하게 몰았는데 왜 협박인가요?"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형법상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합니다.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협박하면 단순 협박죄가 아닌 특수협박죄가 적용됩니다. 단순 협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사건이 종결되는 '반의사불벌죄'지만, 특수협박은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으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처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즉, 안일하게 대응했다가는 한순간에 '강력범죄 전과'가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요? 실제 저희 법무법인 이현에서 진행했던 A씨의 사례를 통해 그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성공사례] 600만 원의 벽, 그리고 22살 가장의 눈물
2025년 2월의 어느 밤, 22살 사회 초년생 A씨는 퇴근길 운전 중 홧김에 앞차를 추월해 급제동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지만, 피해자는 큰 공포를 느꼈고 결국 A씨는 특수협박 혐의로 입건되었습니다.
"합의하고 싶은데... 돈이 없습니다."
A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피해자와의 합의였습니다. 피해자는 당시 동승했던 아내의 위자료까지 포함해 총 60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반면, A씨의 상황은 너무나 열악했습니다. 과거 음악을 전공하며 예고에 합격할 정도로 재능이 있었지만, 가세가 기울어 학비 때문에 자퇴해야 했던 아픔이 있는 청년이었습니다. 현재는 개발자로 일하며 월급의 대부분을 가족 생활비로 보태는 실질적 가장이었기에, 그가 마련할 수 있는 돈은 20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피해자는 가해자가 '그랜저'를 탄다는 이유로 A씨의 경제적 어려움을 믿지 않았습니다(사실 10년 넘은 아버지 명의의 구형 차량이었음에도 말이죠). 결국 1차 형사조정은 결렬되었습니다. 이대로라면 기소되어 전과가 남을 확률이 매우 높은 절체절명의 상황이었습니다.
결정적 반전: 특수협박 기소유예를 이끌어낸 3가지 열쇠
조정이 결렬되었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희 변호인단은 전략을 수정하여 검찰 처분 전까지 끝까지 매달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A씨는 2025년 6월, 기소유예(불기소) 처분을 받아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① 끝없는 진심: 조정 결렬 후의 재도전
조정실에서는 실패했지만, 변호인이 직접 나서 피해자를 설득했습니다. A씨가 작성한 진심 어린 반성문과 구체적인 경제 상황을 전달하며 읍소했습니다. 오해를 푼 피해자는 마음을 돌려 6월 초에 극적으로 합의에 응했고,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② 구체적인 재범 방지 노력의 입증
단순히 "반성합니다"라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A씨는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충동 조절 상담을 받았습니다. 또한 안전 교육을 이수하고 관련 서적을 읽은 뒤 독후감까지 작성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했습니다. "나는 변하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③ 참작할 만한 개인적 스토리텔링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는 건실한 청년이라는 점을 적극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이 계획적이고 악의적인 범죄가 아니라, 과도한 삶의 무게와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생한 우발적 실수임을 호소했습니다.
왜 변호사의 조력이 필수적일까?
이 사건에서 만약 A씨가 혼자 대응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1차 조정 결렬 후 좌절하여 기소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① 결렬된 조정, 감정의 벽을 허무는 '전문 중재자'
A씨 사례처럼 합의가 단지 금액 문제로만 엮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피해자는 A씨의 '그랜저'만 보고 진정성을 의심했고, 이로 인해 1차 조정이 결렬되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과 법리만을 제시하는 전문 중재자, 바로 변호사입니다.
저희는 A씨의 진짜 경제 상황을 객관적인 자료와 함께 피해자에게 정중하게 전달했고, 사과와 함께 진심을 반복적으로 호소했습니다. 합의금 400만 원 차이라는 이성적이지 않은 벽을 허문 것은 감정이 아닌 변호사의 전략적인 소통이었습니다.
② 기소유예를 이끌어내는 '삶의 스토리텔링' 기획
검사는 A씨의 '협박' 행위 자체를 판단하기에, 저희는 A씨의 삶을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단순히 "죄송하다"는 내용의 반성문으로는 부족합니다.
변호사는 A씨가 충동 조절 치료를 받은 진료확인서, 안전운전 교육 이수증, 그리고 가족을 부양하는 건실한 청년이라는 점을 객관적인 서류(재직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와 결합하여 의견서에 담았습니다. 이는 검사에게 "이 청년은 순간의 실수로 처벌받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운 여지가 많은 사람"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획된 양형 전략입니다.
③ 법리적 방어: '고의성'보다 '우발성' 강조
이 사건이 보복 운전을 목적으로 한 악의적 행위가 아니라, 과도한 스트레스 속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단순 분노 표출'이었음을 법리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이는 A씨가 향후 재범을 저지를 위험성이 극히 낮다는 점을 뒷받침하며, 검찰이 기소유예라는 통 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와 합의하면 무조건 기소유예가 나오나요?
A. 무조건은 아닙니다. 죄질이 나쁘거나 동종 전과가 있다면 합의해도 기소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씨의 사례처럼 초범이고 합의가 원만히 되었다면 특수협박 기소유예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Q. 기소유예를 받으면 전과 기록이 남나요?
A. 아니요, 남지 않습니다. 기소유예는 검사가 "죄는 인정되나 재판에 넘기지는 않겠다"고 선처하는 처분입니다. 따라서 '범죄경력자료(전과기록)'에 기재되지 않으며, 사회생활에 불이익이 없습니다. (단, 수사경력자료에는 일정 기간 보존됩니다.)
Q. 상대방이 너무 큰 합의금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나요?
A. 무리하게 요구를 다 들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본인의 경제적 능력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준비하고, 변호인을 통해 합의 의사를 지속적으로 타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 안 되면 형사 공탁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한 협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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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가 낙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A씨는 이 사건을 계기로 본인의 운전 습관을 완전히 고치고, 다시 성실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갔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도 비슷한 상황으로 잠 못 이루는 분이 계실 겁니다. "이미 늦은 거 아닐까?", "합의금이 없는데 어떡하지?"라며 자책만 하고 계신가요?
길은 분명히 있습니다. 초기 경찰 조사 단계부터 검찰 처분 전까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입니다. 여러분의 실수가 낙인이 되지 않도록, 법무법인 이현이 곁에서 돕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문을 두드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