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말 협박한 게 아닌데..."
출근길, 차선을 변경하는 순간 뒤차가 경적을 울렸습니다.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고, 며칠 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보복운전으로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20년 무사고 경력, 단 한 번도 사고 낸 적 없는데 갑자기 '협박죄'라니. 형사처벌? 벌금? 전과? 불안한 밤이 계속됩니다.
하지만 진정하세요. 급제동이나 끼어들기만으로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실제 법원 판례를 보면, 많은 경우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무죄 판결을 받고 있습니다.
보복운전, 정확히 무슨 죄인가요?
일반적으로 "보복운전"이라 부르는 행위는 법률적으로 특수협박죄(형법 제284조) 또는 난폭운전죄(도로교통법 제46조의3)에 해당합니다.
특수협박죄: 위험한 물건(자동차)을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해악을 고지해 공포심을 일으키는 범죄입니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난폭운전죄: 앞지르기·끼어들기·급제동 등으로 교통상 위험을 발생시키는 범죄입니다. 벌점 40점이 부과되며, 구속 시 면허취소 대상입니다.
두 범죄 모두 단순히 위험한 운전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실제 무죄 판결, 언제 나올까?
사례 1: 경적에 놀라 급제동 - 특수협박 무죄
차선 변경 후 뒤차가 경적을 울리자 급제동한 사건에서, 부산지법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무의식중에 브레이크에 발이 갔다", "위험한 상황인가 싶어 정지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을 인정했습니다. 정지 후 약 3초 만에 다시 출발해 정상 진행했으므로, 화가 나서 보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사례 2: 운전 미숙으로 오인 - 특수협박 무죄
버스 기사가 앞 차량의 미숙한 운전에 놀라 좌회전하며 정차했다가 따진 사건. 광주지법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앞 차량이 우측 방향지시등을 켠 상태로 우측에서 진행하다 갑자기 좌회전해서, 피고인이 진로 양보로 오인했을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여러 승객이 탑승한 버스에서 고의로 협박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사례 3: 구체적 위험 미발생 - 난폭운전 무죄
택시가 버스 앞으로 끼어들며 급정거한 사건. 인천지법은 "도로교통법 제46조의3 각 호의 행위에 내재되어 있는 교통상의 위험을 넘어서는 구체적이고 상당한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난폭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단순히 끼어들기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난폭운전이 성립하지 않으며, 교통상의 구체적 위험이 발생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사례 4: 사고 회피 목적 - 특수협박 무죄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린 사건입니다. 수원고등법원은 "피해자 차량이 앞으로 끼어들어 급감속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사고를 회피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볼 여지가 있다"며 특수협박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 이현 성공사례|출근길 접촉사고가 보복운전·특수상해로? 기소유예 받는법
억울한 신고, 이렇게 대응하세요
📌 즉시 해야 할 3가지
1. 블랙박스 영상 확보 (가장 중요) 사고 직후 즉시 블랙박스 영상을 별도 저장하고 백업하세요. 영상이 덮어씌워지면 결정적 증거를 잃습니다. 실제 판례들은 모두 블랙박스 영상으로 협박의 범의가 없음을 입증했습니다.
2. 일관된 진술 준비 수사기관 조사 시:
당시 상황을 시간 순서대로 구체적으로 설명
급제동 이유 명확히 제시 (신호 확인, 위험 인지, 놀람 등)
"상대방을 위협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 일관되게 강조
판례는 수사 초기부터 법정까지 일관된 진술을 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3. 객관적 자료 수집
차량 속도·RPM 그래프
운행기록지
평소 운전 경력, 무사고 증명
벌점 내역 (안전운전 증명)
한 판례에서는 피고인의 연령, 무벌점 기록이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절대 하면 안 되는 3가지
❌ 신고자에게 직접 연락 항의나 협박은 절대 금물입니다. 오히려 역고소당할 수 있습니다.
❌ SNS 공개 사건 내용이나 신고자 정보를 SNS에 올리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 감정적 진술 "그 사람이 먼저 끼어들었다", "억지 신고다" 같은 감정적 진술보다, 객관적 사실을 차분히 설명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무고죄로 역고소 가능할까?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매우 어렵습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 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일 것
신고자가 진실이라는 확신 없이 신고했을 것 (미필적 고의 포함)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이 있을 것
특히 무고죄는 확정적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성립합니다. 즉, "진실하다는 확신 없는 사실을 신고"하면 무고죄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증명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중요: 무혐의 처분 ≠ 신고자의 무고죄
보복운전 혐의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신고자가 무고죄로 처벌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신고 내용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과, 신고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다만, 명백한 허위 신고(현장에 없었는데 신고, 영상과 완전히 다른 내용)나 악의적 반복 신고의 경우만 무고죄 고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보복운전 신고가 들어왔다고 해서 무조건 유죄는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사건이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기소되더라도 무죄 판결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초기 대응입니다.
블랙박스 영상 확보, 일관된 진술 준비, 객관적 증거 수집이 48시간 내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즉시 상담하세요.
상대방을 위협할 의도가 없었다면, 그 억울함을 객관적 증거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