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재심>의 기적, 당신의 사건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까요?
"판사님도, 검사님도 다 틀렸습니다. 제 남편은 정말 억울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의 심정은 아마 벼랑 끝에 선 기분에 놓이셨을 겁니다.
대법원 판결까지 모두 끝났고 형은 확정되었는데, 진실은 여전히 감옥 안에 갇혀 있으니까요.
영화 <재심>을 보며, "우리 사건도 저렇게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냉정한 법조인의 시각으로 말씀드려야겠습니다.
현실의 법정은 영화보다 훨씬 더 차갑고, 그 문턱은 상상 이상으로 높습니다.
오늘은 막연한 희망 고문이 아니라,
굳게 닫힌 재심의 문을 열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법적 조건과 전략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영화는 기적이었지만, 현실은 증거입니다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 그토록 화제가 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그만큼 현실에서 재심이 받아들여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재심의 보충성이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이미 확정된 판결은 법적 안정성을 위해 쉽게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단순히 "너무 억울하다", "수사가 강압적이었다"라는 주장만으로는 재심 청구서가 접수되자마자 기각될 확률이 99%입니다.
왜 이렇게 재심이 어려운 것일까요?
법원이 재심의 문을 굳게 닫아두는 3가지 진짜 이유
많은 분들이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고 믿으며 재판부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넘어야 할 벽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높은지, 냉정하게 직시하여 전략을 먼저 세우셔야 합니다.
정의보다 무거운 법적 안정성
법원 입장에서 판결을 뒤집는다는 것은, 단순히 사건 하나를 다시 보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확정된 판결을 쉽게 번복할 수 있게 하면,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의 신뢰도와 질서가 무너진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법적 안정성이라고 합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사라진 싸움
형사 재판의 1심에서는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적용됩니다.
검사가 유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가 선고되죠.
하지만 재심은 정반대입니다.
이미 유죄가 확정된 상태이기에,
무죄를 입증해야 할 책임(입증 책임)이 오로지 피고인(재심 청구인)에게 있습니다.
즉, 99%의 의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100% 확실한 증거가 아니면 법원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명백성이라는 바늘구멍
많은 의뢰인분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입니다.
"당시 피해자 진술이 엇갈렸어요!", "수사 기록을 다시 보니 이상해요!"
이런 주장은 항소심(2심)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재심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재심에서 요구하는 증거는 명백성을 갖춰야 합니다.
기각되는 증거 : "이 증거를 보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 탄핵 증거)
채택되는 증거 : "이 증거(예: 진범의 DNA, 알리바이 CCTV)를 보는 순간, 누가 봐도 무죄가 확실합니다."
판결을 뒤집는 열쇠, 재심의 법적 조건 및 사유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이 가능한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주목해야 할 핵심 사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
형사소송법 제420조
재심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
무고(誣告)로 인하여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에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원판결의 증거가 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하여 변경된 때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저작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또는 상표권을 침해한 죄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건에 관하여 그 권리에 대한 무효의 심결 또는 무효의 판결이 확정된 때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가 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다만,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로 한정한다.
증거가 위조되거나 허위 진술임이 증명되었을 때
사건의 유죄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증인의 증언이나 증거물이 조작, 위조된 것임이 확정 판결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저 사람이 거짓말했어요"라고 주장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위증을 한 사람이 위증죄로 처벌받았다는 판결문이 필요합니다.
무죄를 입증할 새롭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었을 때
실무상 가장 많이 시도되는 부분입니다.
당시 재판에서는 제출되지 않았던(신규성), 그리고 그 증거 하나만으로도 무죄가 확실해 보이는(명백성)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재심 결정했는데 절차가 너무 어렵습니다.
서류 내는 곳은 판결이 확정된 법원입니다.
재심을 결심하셨다면, 서류를 어디에 내야 할까요?
대법원 판결이 억울하다고 대법원에 내는 것이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재심 청구는 그 사건의 확정판결을 선고했던 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항소심 기각 판결에 대한 재심 등 상황에 따라 관할이 상급 법원으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은 변호사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엉뚱한 법원에 제출하여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수감되어 있는 가족의 고통을 연장시키는 일입니다.
절박함이 독이 될 때, 나 홀로 재심의 치명적 위험
많은 분들이 변호사 선임 비용이 부담되거나, 본인이 사건을 제일 잘 안다는 생각에 혼자 재심 청구서를 작성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단 하나뿐인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재심 청구가 기각되면, 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시 동일한 이유로는 다시 재심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여러분의 억울한 사연을 읽어주는 곳이 아닙니다.
제출된 증거가 법리적으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요건에 부합하는지만을 냉철하게 심사합니다.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작성한 청구서는 대부분 감정적인 호소에 치우쳐 있거나,
신규성과 명백성을 입증하는 논리가 부족하여 심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각하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확정 판결이라는 거대한 바위를 깨뜨리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만큼 어렵습니다.
지금 손에 쥔 증거가 재심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될지, 아니면 무의미한 몸부림이 될지는 누가 그 증거를 다듬고 법리적으로 포장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시간을 보내기엔, 감옥 안의 1분 1초가 너무나 깁니다.
재심은 연습 게임이 없습니다. 단 한 번의 기회, 어떻게 쓰시겠습니까?
지금 변호사 비용을 아끼려다가, 혹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라는 마음으로 직접 작성한 재심 청구서가 법원에 접수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설령 그 증거가 진짜 진실을 담고 있었다 해도, 법리적인 형식(신규성, 명백성)을 갖추지 못해 기각당한다면,
그 증거는 법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는 것과 같습니다.
억울함을 풀 유일한 열쇠를 스스로 부러뜨리는 실수를 범하지 마십시오.
감옥에 있는 가족이 기다리는 것은 석방이라는 결과입니다.
저희는 안 되는 사건에 헛된 희망을 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될 사건이라면, 바늘구멍 같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판결문을 뒤집어 놓겠습니다.
지금 가지고 계신 그 증거, 법원이 인정할 명백한 증거인지 아닌지 저에게 먼저 검증받아보세요!
여러분의 간절함이 헛되지 않도록, 냉철한 전략으로 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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