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했더니 오히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고소당했습니다 – 억울한 공무원을 위한 법적 대응 가이드
아마도 당신은 지금 이런 상황일 겁니다.
조직 내 부조리를 발견했습니다. 부당한 업무지시, 예산 집행의 문제, 또는 상급자의 위법행위. 당신은 내부 감사부서에 신고했거나, 민원을 제기했거나, 외부 기관에 제보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당신에게 날아온 건 "고마웠다"는 말이 아니라 형사고발장이었습니다.
혐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조직의 업무를 방해했다", "근거 없는 주장으로 감사업무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신은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왜 당신이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글은 바로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왜 당신에게 씌워졌나
법적 근거부터 이해하기
형법 제137조는 이렇게 규정합니다.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위계(僞計)'란 '상대방을 속여서 착각이나 부지(不知)의 상태에 빠뜨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거짓말로 공무원을 속여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죠.
문제는 조직이 당신의 문제제기를 '거짓말'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직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논리
당신을 고발한 쪽은 대개 이런 논리를 펼칩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신고했다" → 위계에 해당
"그로 인해 감사·조사 업무가 발생했다" → 공무집행 방해
"결과적으로 혐의 없음이 밝혀졌다" → 허위신고 확정
얼핏 들으면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렇게 단순하게 판단하지 않습니다.
위계공무집행방해 무죄 판단 기준(판례 3가지)
1. "사실 조사가 본질인 업무"에는 위계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대법원은 일찍이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수사기관에 대하여 피의자가 허위자백을 하거나 참고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것만으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71. 3. 9. 선고 71도186 판결)
왜일까요? 수사기관의 본질적 업무는 '사실을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술의 진위를 가리는 것이 애초에 그들의 직무인데, 허위 진술을 했다고 해서 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이 논리는 내부감사, 민원조사, 진정 접수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학계에서도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업무의 성격상 사실 조사가 업무처리의 전제가 되는 경우에는 허위 사실을 주장했다고 하더라도 위계에 의해서 공무집행이 방해된 것이 아니다. 공무에 지장이 발생하였더라도 이는 사실확인을 하지 않은 공무담당자의 불충분한 공무수행에 기인한 것이다"
당신의 상황에 적용하면:
내부감사부서는 '진위를 조사하는 것'이 본래 업무입니다
민원조사 담당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당신의 주장 중 일부가 사실과 달랐더라도, 그것은 조사 과정에서 걸러져야 할 사항입니다
조사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업무방해'가 아닙니다
2. 일반적 인허가·심사 업무는 "불충분한 심사"의 문제일 뿐
대법원의 판결은 명확히 구분합니다:
"일반적으로 출원 등에 의한 행정관청의 인허가처분은 신청서 기재와 부속소명자료 등에 의하여 그 인허가요건을 심사 결정하는 것이며 이는 출원사유가 사실과 부합되지 아니하는 경우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중략) 행정관청이 그 출원사유에 대하여 진실한 것으로 가볍게 믿은 나머지 인허가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행정관청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이라 할 것이고 출원자의 위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예외는 재량의 여지가 전혀 없는 엄격한 심사의 경우뿐입니다(개인택시 면허처럼 운전경력을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는 경우).
당신의 케이스에 적용하면:
내부 민원이나 신고는 '조사 대상을 선정하는' 행위입니다
담당 부서는 당연히 진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확인 없이 곧이곧대로 믿었다면, 그것은 담당자의 직무태만입니다
당신이 속인 게 아니라, 그들이 제대로 조사 안 한 겁니다
3. 결과적으로 방해가 발생해야 완성된다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결과범입니다.
"상대방이 위계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본죄가 성립한다"
"범죄행위가 구체적인 공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 이르지 아니하고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
당신의 케이스에 적용하면:
감사가 진행되었다? → 그건 정상적인 업무 수행입니다
조사 끝에 혐의 없음? → 그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겁니다
조사하는 게 방해가 아니라, 조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방해입니다
실전 대응 가이드: 당신이 해야 할 것들
단계 1: 즉시 확보해야 할 증거
당신의 신고·민원 원본
어떤 내용을, 어떤 근거로, 언제 제기했는지 명확히
신고 당시 확보했던 자료
문서, 이메일, 녹음, 증언 등 모두
조직의 대응 과정
감사 결과, 조사 보고서, 처분 내역
"혐의 없음" 결론이 났다면 그 결정문
보복 정황
신고 후 불이익 조치(인사, 징계, 업무 배제 등)
조직 내 압박 시도(이메일, 메시지, 증언)
단계 2: 경찰 조사 대응
절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마세요. 차분하게 이 논리를 펼치세요:
"제 신고는 사실에 근거했습니다"
구체적 자료 제시
당시 합리적으로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음을 강조
"설령 일부 사실관계가 다르다 해도, 그것은 조사 과정에서 밝혀져야 할 사항입니다"
위 판례 논리 활용
"조사하는 게 그들의 업무 아닙니까?"
"조직은 정상적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결론을 냈습니다"
공무집행이 방해받지 않았다는 증거
오히려 시스템이 정상 작동한 것
"이것은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성 고소입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가능성 제기
시간적 연관성, 조직의 대응 양상 제시
단계 3: 변호인 선임 시 요청사항
전문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이렇게 요청하세요:
"업무 본질론" 강조
감사·조사 업무는 사실확인이 본질
71도186 판결 등 적극 원용
고의 부존재 주장
당신은 진실이라고 믿었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음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고의 요건 불충족
공익신고자 보호법 연계
부정·부패 신고였다면 보호대상
보복조치 금지 위반 여부 검토
무고죄 역고소 검토
조직이 당신을 거짓으로 고소했다면
조건: 확실한 무혐의 + 고의적 허위고소 입증
예방을 위한 체크리스트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또 올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이 마무리되더라도, 조직 내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합니다.
✅ 신고·문제제기 전 필수 체크:
구체적 사실관계를 문서로 정리했는가
관련 증거(이메일, 문서, 사진 등)를 확보했는가
개인 계정·저장소에 별도 백업했는가
신고 내용이 "의견"이 아닌 "사실"에 기반했는가
합리적인 제3자가 봐도 의심할 만한 상황인가
내부 절차(감사실, 노조, 고충처리위원회 등)를 먼저 거쳤는가
외부 제보 시 공익신고자 보호 요건을 충족하는가
✅ 신고 후 필수 조치:
신고 접수증 또는 확인서 받기
조직의 대응 과정 기록(메일, 메시지, 회의록 등)
불이익 조치 발생 시 즉시 증거 확보
필요시 노동청, 국민권익위 등에 보호 신청
법률 상담 받기(초기 대응이 중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신고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달랐다면 무조건 유죄인가요?
A: 아닙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신고 당시 당신이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는가? 그리고 그렇게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었는가? 이것이 고의의 문제입니다.
둘째, 해당 업무가 사실 조사를 본질로 하는가? 감사, 수사, 민원조사 등은 진위를 가리는 게 원래 업무입니다.
판례는 "업무의 성격상 사실 조사가 업무처리의 전제가 되는 경우에는 허위 사실을 주장했다고 하더라도 위계에 의해서 공무집행이 방해된 것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유죄가 되지 않습니다.
Q2. "업무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는데, 이것도 방해에 해당하나요?
A: 단순한 '혼란'이나 '불편'은 공무집행 방해가 아닙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구체적인 공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기수가 됩니다(대법원 2017도2583 판결).
예를 들어, 감사가 진행되었다는 것 자체는 '혼란'이 아니라 '정상적인 업무 수행'입니다. 오히려 감사실의 존재 이유가 그런 신고를 조사하는 것이죠.
실제로 업무가 완전히 중단되었거나, 중대한 오판단을 유도해서 잘못된 처분이 내려졌거나 하는 구체적 결과가 있어야 합니다.
Q3. 공익신고자 보호법과는 어떤 관계인가요?
A: 당신의 신고가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보호대상이라면, 이는 매우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됩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조는 보호대상 신고를 규정하고 있는데, 부패행위, 공공의 안전·환경, 공정한 경쟁, 소비자 이익 침해 등이 포함됩니다.
만약 당신의 신고가 이에 해당한다면: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금지됩니다 (제15조)
보복 목적의 형사고발도 불이익 조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형사변론에서도 "이것은 공익신고였고, 고소는 보복 목적"이라는 점을 적극 주장해야 합니다.
Q4. 이미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불리하게 진술했습니다. 번복 가능한가요?
A: 가능하지만, 신중해야 합니다. 우선, 초기 진술이 당신에게 불리한 이유를 분석하세요:
질문의 의도를 잘못 이해했는가?
법률용어를 몰라서 잘못 답했는가?
심리적 압박 때문에 제대로 설명 못 했는가?
변호인과 상의 후, 보완 진술서를 제출하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이전 진술이 거짓"이라기보다는 "불충분했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어 명확히 하고자 한다"는 형식이 좋습니다.
핵심 논리(업무 본질론, 고의 부존재 등)를 담아서 서면으로 정리하고, 가능하면 추가 조사 시 이를 설명하세요.
Q5. 조직에서 "합의하면 고소 취하하겠다"고 하는데 응해야 하나요?
A: 절대 서둘러 합의하지 마세요. 이것은 함정일 수 있습니다.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즉,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있어도 검찰이 기소할 수 있습니다. 고소 취하가 법적으로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합의 조건으로 다음을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사과문 작성 (사실상 자백)
재발 방지 각서
인사상 불이익 감수
이것은 당신에게 치명적입니다. 합의서가 오히려 유죄 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만약 합의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변호사와 상의
합의 조건에 "무죄 전제" 명시
"향후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 면제" 조항 포함
합의서 문구 하나하나를 법률 검토
Q6. 최악의 경우 유죄 판결을 받으면 어떻게 되나요?
A: 형법 제137조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하지만 실제 양형은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초범이고 반성하는 경우: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 가능성 높음
보호관찰, 사회봉사 명령 병과될 수 있음
공무원·공기업 직원의 경우 추가 타격:
벌금형이라도 징계 사유가 됩니다
파면·해임까지 갈 수 있습니다
공직 결격사유 해당 여부 확인 필요
그래서 1심부터 제대로 방어해야 합니다. 항소·상고 단계에서 뒤집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혐의없음, 죄가안됨) 처분을 받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은 자세를 취하는 게 필요합니다.
고소 직후 즉시 법률전문가 상담
의견서, 참고자료를 검찰에 적극 제출
필요시 국민권익위, 노동청 등 관련 기관에 동시 보호 신청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홀로 대응하기보다는!
조직 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권리이자, 때로는 의무입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기우였다 해도,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면 당신은 보호받아야 합니다.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속이려는 의도로 거짓말을 해서 업무를 실제로 방해한 경우'에만 성립합니다.
진실을 밝히려 했거나, 진실이라 믿었거나, 조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걸러질 내용이었다면 이 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법은 당신 편입니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침묵하지 않은 당신의 용기가, 결국 조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