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무고, 무혐의를 받았는데 그다음은?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하고,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혐의를 벗었으니 끝난 걸까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사를 받는 동안 직장에서의 시선이 달라지고, 가족은 불안에 시달리며, 온라인에는 사실 확인도 없이 퍼진 소문이 남아 있습니다.
무혐의라는 결과 하나로는 회복되지 않는 것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이미 한 차례 길고 힘든 수사 과정을 견뎌내셨을 겁니다.
지금부터는 그다음 단계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허위 고소를 한 상대방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 즉 성폭행 무고에 대한 역고소 과정입니다.
소요 기간, 주의사항까지 다룰 예정이니 끝까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다만, 역고소를 준비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곧바로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무고죄에는 별도의 성립요건이 있고, 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역고소 전략도 세울 수 있습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앞서 무혐의 처분이 곧 무고죄 성립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허위 고소에 법적 책임을 물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형법 제156조가 규정한 무고죄의 성립요건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상대방에게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이 있었어야 합니다.
사실관계를 오인하거나 법률적 판단을 잘못하여 신고한 경우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당시 상황을 성폭행으로 오해하여 신고했다면 처벌 목적의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음으로,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허위성에 대한 입증 수준입니다.
대법원은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는 무고죄 성립을 인정할 수 없고, 허위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1도2656 판결).
즉, 단순히 증거가 부족해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한 것이죠.
마지막으로, 신고자가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신고해야 합니다.
반드시 확정적 고의일 필요는 없고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지만, 신고자가 진실이라고 확신한 상태에서 신고했다면 설령 객관적 사실과 다르더라도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0. 7. 4. 선고 2000도1908 판결).
결국 성폭행 무고 역고소의 핵심은 상대방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신고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무고죄 성립요건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이제 실제 역고소 절차로 넘어가겠습니다.
역고소 절차 단계별 안내
무고죄의 성립요건을 이해했다면, 이제 구체적인 실행 단계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성폭행 무고에 대한 역고소는 크게 네 단계로 진행됩니다.
1단계: 수사기록 확보 및 증거 정리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원래 성범죄 사건의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는 것입니다.
피의자였던 사람도 불기소 처분 후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기록에는 상대방 진술의 변경 이력, 진술 간 모순, 수사기관의 판단 근거가 모두 담겨 있어 역고소의 출발점이 됩니다.
수사기록과 함께 CCTV 영상, 카카오톡 대화 내용, 통화 녹음, 문자 메시지 등도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고소 전후로 제3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허위 고소의 동기나 의도가 드러나는 경우, 무고의 고의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이런 증거들은 시간이 지나면 삭제되거나 보존 기간이 만료되므로, 무혐의 처분 직후부터 수집을 시작해야 합니다.
2단계: 고소장 작성 및 접수
증거가 정리되면 고소장을 작성합니다.
고소장에는 허위 고소의 경위, 허위사실의 구체적 내용, 상대방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을 육하원칙에 따라 기재하고, 수집한 증거를 첨부합니다.
작성된 고소장은 피고소인의 주소지 관할 경찰서 또는 검찰청에 방문이나 우편으로 제출하면 됩니다.
3단계: 수사 진행
고소장 접수 후 통상 1~2개월 이내에 고소인 조사가 이루어지고, 이어서 피고소인 조사가 진행됩니다.
성폭행 무고 사건은 원래 성범죄 수사 기록이 핵심 참고자료가 되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기존 기록을 함께 검토합니다.
이 단계에서 고소인 진술의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므로, 조사 전 변호사와 함께 진술 내용을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4단계: 검찰 송치 및 처분
경찰 수사가 완료되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합니다.
무고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156조).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릴 경우에는 항고, 재항고, 재정신청을 통해 다툴 수 있습니다.
고소장 접수부터 검찰 처분까지 통상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됩니다.
무고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므로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증거 확보 측면에서 빠른 대응이 유리합니다.
여기까지가 형사 절차입니다.
하지만 형사 처벌만으로는 실제 입은 피해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사 손해배상, 형사 절차와 별도로 진행하라
형사 역고소를 통해 상대방이 처벌받더라도, 그것만으로 훼손된 평판과 잃어버린 시간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정신적 고통, 직장 내 불이익, 사회적 평판 훼손 등 실질적 손해에 대해서는 민사소송으로 별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형사와 민사의 판단 기준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형사 무고죄는 허위사실과 고의에 대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지만, 민사에서는 고소 자체가 권리 남용에 해당할 정도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합니다.
형사에서 무고죄가 불인정되었더라도 민사 손해배상이 인용된 사례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소멸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입니다(민법 제766조).
형사에서 먼저 유죄 판결을 확보하면 민사 입증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만, 시효가 임박한 경우에는 민사를 먼저 제기하면서 형사를 병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두 절차를 동시에 조율하려면 성범죄 무고 대응에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변호사 조력이 필요한 이유
성폭행 무고 역고소가 어려운 이유는 입증 구조에 있습니다.
상대방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점뿐 아니라, 거짓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고의로 신고했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합니다.
이 두 번째 요건, 즉 주관적 고의의 입증은 직접 증거가 드문 영역이기 때문에 정황 증거를 조합하여 논리를 구성해야 합니다.
변호사가 개입하면 달라지는 지점은 명확합니다.
수사기록에서 상대방 진술의 모순점을 포착하고, 이를 고소장에 설득력 있게 구성하며, 경찰·검찰 각 단계에서 수사 방향에 맞춘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더라도 항고나 재정신청으로 다투는 과정 역시 법률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무엇보다, 형사 역고소 과정에서의 진술 한마디가 이후 민사 손해배상 청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처음부터 양쪽 절차를 염두에 둔 일관된 전략 수립이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형사 역고소와 민사 손해배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나요?
A. 형사 절차와 민사 절차는 별개의 절차이므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형사에서 무고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이 인정될 수 있으며, 반대로 형사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민사소송에서 불법행위 입증의 유력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고소를 취하하면 무고죄로 고소할 수 없나요?
A. 고소 취하 여부는 무고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무고죄의 주된 보호법익은 국가의 사법기능이므로, 상대방과의 합의나 고소 취하와 관계없이 허위 신고 사실이 인정되면 무고죄는 성립합니다(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5도2712 판결 참조).
결론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무혐의 처분 이후 어떤 순서로 움직여야 하는지 윤곽이 잡혔을 것입니다.
핵심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통해 상대방 진술의 모순점을 확보하고, 무고죄의 세 가지 성립요건에 맞춰 고소장을 구성하세요.
형사 역고소와 민사 손해배상은 병행 가능하지만, 어느 쪽을 먼저 진행할지는 증거 상황과 시효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CCTV 영상에는 보존 기한이 있고, 메신저 기록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대응을 결심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고, 가장 빠른 시점은 지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