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여러 죄로 수사될 때, 형량은 어떻게 달라질까?
“여러 개 죄로 같이 걸리면 형이 그냥 다 합산되는 건가요?”
형사 사건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제가 한 행동이 1개의 범죄인지, 여러 개의 범죄인지가 왜 중요한가요?”
여기서 핵심이 되는 개념이 바로 “경합범에 대한 구분 및 구분법”, 즉 상상적 경합 vs 실체적 경합입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상상적 경합으로 보느냐,
실체적 경합으로 보느냐에 따라
최종 형량, 양형 전략, 재판 전략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판례 예시를 바탕으로, 쉽게 정리하겠습니다.
👉 법원의 양형 기준과 형량 결정의 비밀: 악의적 고의성 vs 참작 가능 동기
경합범이란? – “수죄(數罪)” 상황부터 이해하기
여러 개의 죄가 한 사람에게 동시에 문제 되는 상황을 통틀어 “수죄”라고 하고,
이 수죄들 사이의 관계를 형법은 상상적 경합 / 실체적 경합으로 나눕니다.
상상적 경합(형법 제40조)
👨🏻⚖️ 형법 제40조 한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실체적 경합(형법 제37조)
👨🏻⚖️ 형법 제 37조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한다.
즉, “행위 1개냐, 2개 이상이냐”를 어떻게 보느냐가 경합범 구분의 출발점입니다.
상상적 경합: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 + 여러 죄”
① 무면허 + 음주운전
사실관계
운전자가 무면허 상태 +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경우
법원 판단
사회관념상 운전행위는 1개
이 1개의 운전행위에 의해
무면허운전죄 + 음주운전죄가 동시에 성립→ 상상적 경합
👨🏻⚖️ 형법 제 40조가 말하는 1개의 행위란 법적 평가를 떠나 사회관념상 사물자연의 상태로서 1개로 평가되는 것을 말하는 바, 무면허인데다가 술이 취한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였다는 것은 위 관점에서 분명히 1개의 운전행위라 할 것이고, 이 행위에 의하여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의 각 죄는 형법 제 40조의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7. 2. 24. 선고 86도2731 판결
📌 포인트:
“무면허”와 “음주”라는 법적 평가가 붙더라도, 실제 행위(운전)는 딱 1번이라면 상상적 경합으로 묶일 수 있습니다.
② 여관강도 사건 – 공통 폭행·협박
여관에서 강도가
투숙객, 주인, 종업원에게 폭행·협박을 하며 재물을 강취한 사례에서,
피해자별 강도죄는 원칙적으로 각 수죄
다만,
여러 피해자에 대한 폭행·협박이 사실상 공통으로 이루어진 경우
→ 그 폭행·협박 부분은 법률상 1개의 행위로 평가
→ 상상적 경합 인정
👨🏻⚖️ 여관 종업원과 주인에 대한 각 강도행위가 각별로 강도죄를 구성하되 피고인이 피해자인 종업원과 주인을 협박, 폭행한 행위는 법률상 1개의 행위로 평가되는 것이 상당하므로 위 두 죄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1. 6. 25. 선고 91도643 판결
📌 포인트:
“피해자 수 = 죄 수”가 원칙이지만,
폭행·협박이 사실상 한 번에 묶여 있는 경우
→ 그 부분만큼은 1개의 행위로 보아 상상적 경합이 될 수 있습니다.
③ 감금 + 강간미수
피고인이 피해자를 자동차에 태워
주행 중 탈출 불가능하게 하고,
두려움을 일으켜 여관 앞까지 강제 연행한 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봅니다.
위 협박·강제연행 행위는
감금죄의 실행착수이자
강간미수죄의 실행착수이기도 하므로
감금죄 + 강간미수죄 = 1개의 행위에 의해 실현→ 상상적 경합
👨🏻⚖️ 감금행위가 강간미수죄의 수단이 되었다고 하여, 그 때에는 감금죄와 강간미수죄는 일개의 행위에 의하여 실현된 경우로서 형법 제 40조의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가 자동차에서 내릴 수 없는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강간하려고 결의하고, 주행중인 자동차에서 탈출 불가능하게 하여 외포케 하고, 50킬로미터를 운행하여 여관앞까지 강제연행한 후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친경우, 위 협박은 감금죄의 실행의 착수임과 동시에 강간미수죄의 실행의 착수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3. 4. 26. 선고 83도323 판결
📌 포인트:
하나의 수단행위가 동시에 두 범죄의 실행착수가 되면, 상상적 경합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④강도살인 + 현주건조물방화치사
강도 후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으로 현주건조물에 방화하여 사망케 한 사건에서,
강도살인죄와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가 모두 성립하고,
→ 이 둘은 상상적 경합으로 본 판례가 있습니다.
👨🏻⚖️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재물을 강취한 후 그들을 살해할 목적으로 현주건조물에 방화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피고인들의 행위는 강도살인죄와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에 모두 해당하고 그 두 죄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 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도3416 판결
실체적 경합: “수개의 행위 + 수개의 죄”
① 예금통장 강취 + 문서위조 + 행사 + 사기
예금통장을 강취하고,
예금자 명의의 예금청구서를 위조한 다음,
이를 은행원에게 제출·행사하여
예금인 출금 명목의 금원을 교부받은 사건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봅니다.
강도죄, 사문서위조죄, 동행사죄, 사기죄 모두 성립
각 범죄가 각각 독립된 행위에 의해 실현
→ 실체적 경합관계
📌 포인트:
한 사건이더라도,
강취 행위,
위조 행위,
행사 행위,
기망·교부 행위 로 나누어 보면,
자연적 의미의 “행위 수”가 여러 개라면 실체적 경합으로 가게 됩니다.
② 특수절도 + 주거침입죄
절도범인이 주거침입을 한 후
2인 이상이 함께 집에서 절도했다면
법원은 다음과 같이 봅니다.
주거침입죄, 특수절도죄 모두 성립
각 범죄가 각각 독립된 행위에 의해 실현→ 실체적 경합관계
👨🏻⚖️ 특수절도에 있어서 주거침입은 그 구성요건이 아니므로, 절도범인이 그 범행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그 주거침입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되지 아니하고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여 절도죄와는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있게 되고, 2인 이상이 합동하여 야간이 아닌 주간에 절도의 목적으로 타인의 주거에 침입하였다 하여도 아직 절취할 물건의 물색행위를 시작하기 전이라면 특수절도죄의 실행에는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것이어서 그 미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도9667 판결)
경합범 구별이 왜 중요한가? – 형량·전략이 통째로 달라진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상상적 경합으로 인정되면→ 가장 무거운 죄 1개 형으로 처벌
실체적 경합(동시적 경합)으로 인정되면 → 가장 무거운 죄의 장기·다액에 최대 1/2까지 가중 가능
즉,
사건 자체는 똑같아도
“경합범에 대한 구분 및 구분법”이 최종 선고 형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실제 형사 재판에서는,
어떤 조합은 상상적 경합을 주장해야 유리한지,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실체적 경합 주장이 필요할 수도 있는지,
어떻게 행위의 단일성/복수성을 설득력 있게 구성할지가 핵심적인 실무 쟁점이 됩니다.
따라서 경합범 판단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한 사건에서 사기 + 배임 + 공무집행방해 +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등이 한꺼번에 문제 되는 경우
음주·무면허 등과 함께 교통범죄가 여러 죄명으로 기소된 경우
무면허 + 음주운전
음주운전 + 사고 발생 (업무상 과실치사상)
음주운전 + 위험운전치사상
이런 사건에서는 경찰·검찰이 적어 놓은 죄명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이게 정말 수개의 행위인지, 아니면 판례 기준에서 보면 실은 1개의 행위에 여러 죄명이 얹힌 것(상상적 경합)인지”
를 먼저 냉정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
첫째, 수사·재판 실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니면 구조를 제대로 그리기 어렵습니다.
행위는 1개인데 보호법익이 다른데도 상상적 경합을 인정한 사례가 있고,
반대로
사회관념상 한 덩어리로 보이는 사건인데도
행위와 시점을 쪼개 실체적 경합으로 본 판례도 있습니다.
즉, “행위 1개냐 2개냐”만 따져서는 답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고, 어떤 죄명 조합인지, 어떤 법익들이 충돌하는지, 그 조합에 대해 대법원이 과거에 어떻게 본 적이 있는지(판례 라인)까지 봐야 비로소 상상적/실체적 경합을 나눌 수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 – 명예훼손죄 | 상상적 경합 |
석유사업법위반죄 – 사기죄 | 상상적 경합 |
관세법위반죄 – 절도죄 | 상상적 경합 |
수뢰죄 – 사기죄 | 상상적 경합 |
공직선거법위반죄 – 사기죄 | 상상적 경합 |
변호사법위반죄 – 사기죄 | 상상적 경합 |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 – 업무상 배임죄 | 상상적 경합 |
상호신용금고법위반죄 – 업무상 배임죄 | 상상적 경합 |
둘째, 경합범 판단은 ‘형이 조금 줄어드느냐’ 수준을 넘어, 인생의 방향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상상적 경합으로 묶이느냐, 실체적 경합으로 나뉘느냐에 따라,
적용 가능한 법정형 범위가 달라지고,
집행유예 가능성,
동종 전과·누범 평가,
공소시효 완성 여부,
나중에 항소·상고 전략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실체적 경합으로 보이면
→ 가장 무거운 죄의 장기·다액에 1/2까지 가중 가능하지만,
상상적 경합으로 묶이면
→ 가장 중한 죄 1개의 형으로만 처벌하게 되는 구조라,
같은 사실관계라도 “경합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실형이냐 집행유예냐, 몇 년이냐가 갈릴 수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이론 문제가 아니라, 본인·가족의 3년, 5년, 10년이 달라지는 문제입니다.
당신 사건의 형량과 기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 포인트
그래서, 이런 경우라면 변호사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나의 사건으로 여러 죄명이 한꺼번에 적용되어 있거나,
공소장·판결문에 “상상적 경합”, “실체적 경합”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게 나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전혀 감이 안 온다면,
이건 단순 궁금증이 아닙니다.
이럴 때는,
현재 받고 있는 혐의 죄명 목록,
사건의 대략적인 타임라인(언제·어디서·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 단계
경찰 수사 중인지
검찰 송치/기소 단계인지
1심 재판 진행 중인지
정도만 정리해 두시고,
👉 형사사건·경합범 구조에 익숙한 변호사와 한 번은 반드시 상의하셔야 합니다.
경합범이 걸린 형사사건, 변호사와 이렇게 상의해 보세요
변호사의 역할은 단순히
“형량 좀 깎아주세요”를 말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이 사건이 상상적 경합으로 정리될 여지가 있는지,
실체적 경합이라면 어떻게 양형에서 방어 포인트를 잡을지,
공소장·판결문 구조를 어떻게 다투고, 어떤 전략으로 항소·상고를 가져갈지
를 함께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현재 공소장이나 출석요구서, 판결문이 손에 들려 있다면, 혼자서 “그냥 그러려니…” 하지 마시고, 한 번은 전문 변호사와
“이 사건, 경합범 구조부터 다시 볼 수 있을까요?”
라고 상담을 요청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 한 번의 점검이 불필요하게 무거운 형을 막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