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을 잃고 고소를 준비하던 중, 오히려 제가 피의자가 됐습니다.
지인을 투자에 소개해줬다는 이유였습니다. 공범이라고요.
지인 소개로 시작된 투자, 처음엔 배당금도 잘 들어왔습니다
가을 어느 날, 저는 B씨라는 투자 전문가를 주변 지인들에게 소개했습니다.
B씨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직접 작성한 투자일지를 보여주며 "해외 선물에 투자하면 매월 원금의 30%를 배당금으로 드리고, 원금은 당연히 보장된다"고 했습니다.
처음 1~2주는 실제로 배당금이 들어왔습니다. 약속한 금액 그대로였습니다.
지인들도 저도 믿었습니다. 추가로 투자금을 늘렸습니다.
배당금이 끊기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투자를 시작하고 약 한 달 뒤부터 배당금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B씨는 "투자가 잘 안 됐다, 돈이 더 있어야 내일 배당금을 보낼 수 있다"며 계속 추가 자금을 요구했습니다.
그제야 구조가 보였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투자금을 개인 채무 변제에 쓰고 있었습니다. 해외 선물 투자는 없었습니다. 초기에 지급한 배당금도 나중에 들어온 투자금으로 돌려막기 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투자자 D씨와 함께 B씨를 사기 혐의로 형사고소 했습니다. 피해자로서요.
그런데 이번엔 제가 피의자가 됐습니다.
사기 피해를 인지하고 약 2년 뒤, 같이 투자했던 C씨가 저를 고소했습니다.
"A씨가 B씨와 공모해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같은 피해자였습니다. B씨를 소개해준 것은 맞지만, 저도 배당금을 받지 못했고 원금도 전부 날렸습니다. B씨와 공모한 사실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고소장에는 제 이름이 '공범'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피의자가 되는 순간,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와 피의자의 대응 방향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기 사건에서 내 입장이 피해자인지 피의자인지에 따라 변호사 선임 기준과 전략이 달라집니다.
조사실에서 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법무법인 이현에서 상담을 받고, 같이 사건을 풀어가기로 했습니다.
고소를 당하고 약 1년 반 뒤, 서울 소재 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문이 진행됐습니다. 변호사가 직접 입회했고, 고소인 C씨와의 대질 조사도 함께였습니다.
변호인은 조사 내내 두 가지를 명확히 했습니다. 첫째, 저와 B씨 사이에 공모 관계가 없다. 둘째, 저 역시 이 사기의 피해자다.
같이 당한 사람들이 나서줬습니다
피의자 신문이 있고 약 1주일 뒤, 다른 투자자였던 D씨와 E씨가 직접 작성한 사실확인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A씨는 공범이 아니라 함께 피해를 입은 투자자"라고 진술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제 결백을 증언했습니다.
변호인이 수사기관에 의견서를 냈습니다
이현은 수집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상세한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의견서에는 투자금 및 배당금 입금 내역, 문자 기록이 포함됐습니다. B씨가 저에게 다른 투자자를 구해오라고 무리하게 재촉했던 정황,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들도 구체적으로 기술했습니다.
고소인과의 합의 및 처벌불원서도 확보했습니다. 고소 내용과 배치되는 진술 번복도 포착해 증거로 활용했습니다.
형법 제24조(처벌불원의 효력)와 관련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법리적 근거를 갖췄고, 저의 인도적 사정도 함께 기술했습니다.
피의자에서 피해자로
피의자 신문으로부터 약 3주 뒤, 경찰은 저에 대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피의자였던 저는 다시 피해자로서 B씨를 고소할 수 있게 됐습니다.
🔎투자사기 피의자 신분에서 혐의없음을 받아내는 과정 공개
지금 저와 같은 상황이라면 이것부터 하세요
투자 사기에 연루됐는데 오히려 고소를 당한 상황이라면, 아래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첫째, 첫 경찰 조사 전에 변호사를 선임하세요.
조사 당일 작성되는 피의자 신문 조서는 이후 수사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혼자 출석해 진술하면 나중에 수정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나와 같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확보하세요.
이 사건에서 결정적이었던 것은 다른 투자자들의 사실확인서였습니다. 공범이 아닌 동일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제3자가 증언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내가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는 증거를 정리하세요.
입금 내역, 배당금 수령 기록, 문자·카톡 내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가해자와의 공모가 아니라 피해 관계였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지금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불분명한 상태라면, 전문가와 먼저 상담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