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그 피해자를 위하여 하는 변제공탁(이하 "형사공탁"이라 한다)은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할 수 있다.
형사공탁 제대로 알아보기|합의 거부·피해자 정보 비공개
형사공탁, 합의가 안 될 때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고들 하죠.
하지만 실제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기대와 현실 사이에 꽤 큰 간극이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검색해서 보신 분이라면 아마 이런 상황에 가깝지 않을까요?
예상과 달리,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피해자가 연락을 받지 않거나, 합의를 완전히 거부하는 경우 |
성범죄·폭행·사기 사건 등에서 피해자 인적사항을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우 |
변호사가 “형사공탁을 고려해보자”고 한 경우 |
정확히 뭔지, 얼마나 도움 되는지 감이 안 올 때
이 글에서는 실제 법 조문과 판례를 기준으로
형사공탁의 의미, 요건, 절차, 효과, 한계까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형사공탁이란?
1) 한 줄 정의
형사공탁이란,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거나 합의가 되지 않을 때, 피해자를 위해 법원에 돈을 맡겨두는 변제공탁의 특례입니다.
즉, “직접 돈을 줄 수는 없지만, 피해 회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는 흔적을 남기는 장치입니다.
2) 법적 근거와 도입 배경
공탁법 제5조의2(형사공탁의 특례)
💡
민법 제487조(변제공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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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아니하거나 받을 수 없는 때에는 변제자는 채권자를 위하여 변제의 목적물을 공탁하여 그 채무를 면할 수 있다. 변제자가 과실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같다.
형사공탁은 원래 있던 변제공탁 제도에 ‘형사사건용 특례’를 붙인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도입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피해자 신원 보호 : 피해자 인적사항이 가려져 피고인이 직접 연락할 수 없는 경우
피의자·피고인의 피해 회복 노력 보장
“합의는 안 되지만, 피해 회복을 위해 돈은 내고 싶다”는 상황을 반영양형(형량)에서 노력으로 평가
실제 재판에서 ‘피해 회복 노력’은 대표적인 감경 요소
누가, 언제 형사공탁을 고민해야 하나?
1) 형사공탁을 할 수 있는 사람
원칙적으로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대상입니다.
실무에서는 수사 단계의 피의자도 형사공탁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미 재판 중이든, 검찰·경찰 수사 단계이든,
“이 사건 때문에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 형사공탁의 주체입니다.
2) 형사공탁이 필요한 전형적인 상황
대표적으로 이런 경우에 많이 쓰입니다.
피해자 인적사항을 법적으로 알 수 없는 경우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 등
법령상 피해자 정보 공개가 제한되어, 기록 열람·복사로도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피해자가 합의를 완강히 거부하는 경우
연락처는 알지만,
“전화도 하지 말라”, “합의 의사 없다”고 분명히 밝힌 상황
연락 두절, 소재 불명인 피해자
주소 이전, 전화번호 변경 등으로 사실상 연락이 불가능한 경우
이 때 무작정 연락을 시도하다가 ‘2차 가해’로 보이는 행동을 하는 것보다,
형사공탁을 통해 정식 절차로 피해 회복 의사를 표시하는 편이 안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공탁, 어떻게 진행되나요?
“공탁”이라고 하면 엄청 복잡해 보이지만, 흐름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실무에서는 대부분 변호사가 서류 작업을 대신 수행합니다.
형사공탁 기본 절차 (실무 흐름)
공탁할 금액 결정
치료비, 일실수입, 위자료, 피고인의 경제 상황 등을 종합해 ‘현실적인 최대치’를 정합니다.
관할 공탁소 확인
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 공탁소로 진행합니다. (예: 서울중앙지법 사건 → 서울중앙지법 공탁소)
공탁서 작성
보통 변호사가 작성
일반 공탁과 달리, 피해자 인적사항 대신
법원명
사건번호
사건명
공소장/조서 등에 기재된 피해자 이름(실명·가명 포함)
증빙 서류 첨부
피해자 인적사항을 알 수 없다는 취지의 서면 (예: 열람·복사 제한 결정 등)
법원 안내에 따라 공탁금 납입
지정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
공탁 완료 후
공탁내용이 전자공탁 홈페이지에 공고되고,
해당 형사재판부와 검찰에 통지됩니다.
재판부에 공탁서 사본 제출
여기까지 해야 비로소 양형 자료로 반영됩니다.
👉 포인트
공탁을 해놓고도 공탁서 사본을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으면, 판사가 모른 채로 지나갈 수 있기 때문에 꼭 제출해야 합니다.
형사공탁의 효과는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여기서 오해합니다.
❌ “형사공탁하면 채무(손해배상)도 없어지고, 집행유예도 나온다?”
사실은 이렇습니다.
1) 되는 것: 양형에서 ‘피해 회복 노력’으로 평가
형사공탁은 “피해 회복을 위해 실질적인 금액을 걸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판사가 형량을 정할 때 감경 사유 중 하나로 고려합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기준에도, ‘상당 금액 공탁’은 일반 감경 요소로 되어 있습니다.
다만, 실제 판결 경향은 이렇게 나뉩니다. → [대법원 양형기준 바로 보기]
재산범죄(사기, 횡령 등)
→ 피해액 대비 공탁액이 충분하고, 다른 사정이 좋다면 꽤 긍정적으로 반영되는 편
성범죄 등 인격 침해 범죄
→ 합의 없이 형사공탁만으로는 감경 폭이 제한적이고,
일부 재판부는 반영을 매우 신중하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2) 되는 것: 피해자가 수령하면 민사 손해배상에서 공제
피해자가 형사공탁금을 받아가면,
민사 손해배상금에서 그만큼 공제됩니다.
형사합의금이 손해배상에 반영되는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3) 안 되는 것: 공탁만으로 채무(손해배상) 소멸 X
일반 변제공탁과 달리,
형사공탁은 공탁 그 자체로 채무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끝까지 공탁금을 안 받으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4) 공탁금 회수의 함정
피해자가 “나는 그 돈 안 받겠다”며 공탁금 회수에 동의하면,
피고인은 공탁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적으로는 공탁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에,
나중에 “형사공탁 했으니 참작해 달라”고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형사공탁 언제 의미 있고, 언제 한계가 클까?
형사공탁은 이런 관점으로 보셔야 합니다.
“합의를 완전히 대신하는 제도”가 아니다.
합의가 되면 가장 좋고,
합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래도 여기까지는 했다” 보여주는 보조 수단입니다.
금액과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피해 규모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 → 감경 효과 미미
1심 선고 전에, 가능하면 초기 단계에서 공탁하는 편이 유리
다른 노력과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진정성 있는 반성문·사과문 (변호사 경유)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상담, 교육 이수
직업·가족관계, 전과 여부 등 전체 양형 사정을 묶어서 설계
그래서 보통은,
“이 사건에서 형사공탁을 어느 정도 금액으로, 언제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 사건 기록과 양형 전망을 본 변호사가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게 안전합니다.
형사공탁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A)
Q1. 피해자가 공탁금을 안 받으면, 형사공탁은 아무 소용 없나요?
💡
완전 무의미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피해자가 수령하지 않더라도,
피해 회복을 위해 금액을 실제로 걸어두었다는 점은 남습니다.
다만 합의가 된 경우에 비해 감경 효과는 확실히 제한적입니다.
Q2. 합의 없이 형사공탁만으로 집행유예가 가능할까요?
💡
사건에 따라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절대 보장되지 않습니다.
특히 중한 성범죄, 음주·뺑소니 사망사고, 동종 전과가 많은 사건에서는
형사공탁만으로 집행유예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공탁 + 반성 + 피해 회복 노력 + 기타 유리한 사정이
함께 맞물려야 집행유예 가능성이 열립니다.
Q3. 성범죄 사건에서 형사공탁은 오히려 역효과 아니에요?
💡
판례 경향은 “신중하게, 그러나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에 가깝습니다.
일부 재판부는
“피해자가 완강히 합의를 거부하는 성범죄에서 형사공탁을 얼마나 반영해야 할지 고민” 이라고 하면서, 효과를 제한적으로 인정합니다.
반면 다른 재판부는
“그래도 피고인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의 노력을 한 점” 을 이유로
일정 부분 감경 사유로 반영한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사안별로 기류가 다르기 때문에, 사건 기록과 재판부 분위기를 보고 전략을 짜야 합니다.
‘마지막 보험’이 아니라 ‘전략의 한 조각’
형사공탁은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거나 합의가 되지 않을 때, 피해 회복 노력을 입증하는 제도”입니다.
채무를 없애주는 제도는 아니고,
양형에서 피해 회복 노력으로 평가될 수 있는 하나의 요소입니다.
합의를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아무것도 안 한 피고인”과 “형사공탁까지 포함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피고인”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생깁니다.
형사공탁이 우리 사건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된다면 언제, 얼마를, 어떤 사유로 공탁하는 게 맞는지는
사건의 죄명, 피해 정도, 전과, 재판부 성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 형사공탁을 고민 중이라면 혼자 인터넷 정보만 보고 진행하기보다는, 사건 기록을 검토한 변호사와 “합의 가능성 – 형사공탁 – 기타 양형 자료” 전체 패키지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