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이거 처리장 가실 때 같이 좀 내려놓고 와주시면 안 돼요? 어차피 쓰레기잖아요.”
지자체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분들이라면 이런 부탁, 낯설지 않을 겁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가게 사장님이나 동네 지인, 혹은 동료의 지인이 “이것도 쓰레기니까 같이 가져가 달라”는 말을 가볍게 건네는 상황.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청소차는 처리장에 가야 하니, “이 정도는 도와줄 수 있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런 선의의 행동이 ‘중대한 비위’로 낙인찍히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결국 “해고”로 돌아온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형사사건에서는 혐의없음(무혐의) 결정까지 받았는데도, 사용자인 지자체는 “공공성이 요구되는 공무직 근로자의 신뢰를 깨뜨렸다”며 가장 무거운 처분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환경미화원이 비슷한 상황으로 해고됐다가, 법원에서 부당해고구제(해고 무효)를 인정받은 사건을 바탕으로, 같은 처지에 놓인 분들이 꼭 알고 계셔야 할 포인트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환경미화원은 쓰레기 대신 버려주면 부당해고까지 당한다구요?
지인의 부탁으로 버려준 쓰레기가 부당해고의 원인이 되다
가명 ‘박민수’ 씨는 수도권 인근 H시청 소속 공무직 환경미화원이었습니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고, 새벽마다 청소차를 몰며 생활폐기물과 재활용품, 사업장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을 몇 년째 이어오던 사람이었습니다. 다만 1년 전, 시간외근무수당 처리 과정에서의 문제로 감봉 3개월 징계를 한 번 받은 이력이 있어, 이후로는 누구보다 규정과 절차를 지키려고 더 조심하며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사건은 어느 날, 근무시간 중 벌어졌습니다. 함께 일하던 동료의 지인이 박민수 씨에게 전화를 걸어 건축폐기물과 생활폐기물이 섞여 있는 산업폐기물 처리 부탁을 했습니다. “원래 하시던 일이니까, 처리장 가실 때 이것도 좀 같이 내려놓고 와달라”는 취지였습니다. 평소 도움을 받았던 인연이기도 해서, 박 씨는 그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어차피 누군가는 치워야 할 폐기물이고, 내 일이 폐기물을 처리하는 건데…”라는 생각에, 근무지에서 잠시 이탈해 시 소유 청소차량으로 해당 폐기물을 수거해 농어촌폐기물종합처리장을 향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공적인 업무’가 아닌, 동료 지인의 순수한 개인적 부탁이라는 점이었고, 행위 시점도 엄연히 근무시간 중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무혐의 처리가 났는데, 왜 해고인가요? 이게 부당해고가 아닌가요?
폐기물을 처리장에 내려놓으려던 순간, 집하장 관리감독자가 차량과 적재물을 확인하면서 상황이 적발되었습니다. 박민수 씨는 사안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고, 그날 바로 해당 폐기물을 다시 회수해 원상 복구했습니다. 실제로 시에 별도의 처리 비용이나 손해가 발생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H시는 이 사건을 업무상 횡령·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형사 고발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금전적·비금전적 이득을 취득한 정황이 없고, 범죄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없음(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형사적으로는 무혐의가 난 것입니다. 문제는 징계였습니다. H시 인사위원회는 이 사건을 성실의무 위반으로 평가하고, 과거 감봉 3개월 징계 전력이 있다는 이유까지 더해 박 씨에게 가장 무거운 징계인 해고를 의결했습니다. 함께 관련된 다른 동료는 정직 3개월에 그쳤지만, 박 씨는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직장을 잃게 된 것입니다. 내부 재심 청구까지 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그는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잘못을 부정하는 대신, 부당해고의 과도함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 사건에서 이현 변호사의 핵심 전략은 사실관계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해고 수위’의 부당함을 집중 공격하는 것이었습니다.
1) 형사 혐의없음 결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사용자 측은 처음에 사건을 업무상 횡령·배임 수준의 중대 비위로 규정했지만, 이미 수사기관이 “범죄 의도가 없다”고 판단한 사안입니다. 이현은 이 점을 근거로 “형사적으로도 범죄가 아닌 행동을, 징계에서만 과도하게 부풀려 해고까지 나아간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2) 금전적 이득 부재·손해 부재를 반복적으로 강조했습니다.
박 씨가 돈을 받지도, 다른 특혜를 받지도 않았고, 폐기물을 다시 회수함으로써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비례의 원칙을 논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득도, 손해도 없는 일회적 선의의 행위”를 “직장을 잃을 죄”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을 재판부에 던진 것입니다.
3) 과거 징계의 성격 차이를 부각해 가중징계의 부당성을 파고들었습니다.
과거 시간외근무수당 관련 징계는 ‘금전적 이득을 취한 행위’, 이번 사건은 ‘이득 없는 선의의 행위’로, 비위의 본질이 다르다는 점을 세밀하게 설명했습니다. 같은 목록에 올려 단순 누적해서 “전력이 있으니 해고”로 가는 것은 징계권의 본질적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4) 박 씨의 가정환경과 평소 근무 태도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중증 치매 부모를 포함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이라는 점, 평소 성실하고 예의 바른 근로자로 평가받았다는 탄원 자료들을 모아 “이 사건은 일시적인 판단 착오에 가까운 일회적 비위”라는 인상을 재판부에 심어주었습니다.
5) 해고 정당성에 대한 입증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다는 법리를 분명히 짚었습니다.
이현 변호사는 “해고는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뢰를 깨뜨렸다는 점을 구체적·객관적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 기준에 비추어 볼 때 H시는 그 수준의 증명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 “해고까지 할 일은 아니다, 부당해고구제 인용한다”
박민수 씨는 해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형사사건에서조차 무혐의가 나온 상황에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비위라고까지 평가받는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부당해고구제, 즉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명확했습니다.
“근무시간 중, 개인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청소차량을 이용한 행위”가
“공무직 환경미화원을 해고할 만큼 중대한 비위인지”
법원은 해고는 가장 무거운 징계이므로, 비례의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삼았습니다. 다음과 같은 점들을 근거로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금전적·비금전적 이득이 전혀 없었다는 점 – 박 씨는 이 사건으로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았고, 이 진술이 허위라고 볼 자료도 없었음.
순수한 선의에 기인한 일회적 행위였다는 점 – 과거 도움을 준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사정과, “어차피 누군가는 치워야 할 쓰레기”라는 인식 속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맥락이 고려됨.
실질적 손해가 없었다는 점 – 적발 직후 폐기물을 곧바로 회수해 원상복구했기 때문에, 시에 금전적 손해나 업무 차질이 발생하지 않음.
형사상 혐의없음 결정 – 수사기관에서 업무상 횡령·배임이 아니라고 본 이상,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징계에서까지 ‘중대한 범죄급 비위’로 볼 수는 없다고 본 것.
과거 징계 전력 가중이 부당하다는 점 – 이전 시간외근무수당 관련 징계와, 이번 선의의 폐기물 수거 사건은 비위의 성격이 전혀 달라 이를 단순 누적해 해고까지 가는 것은 비례를 벗어난다고 평가.
공무직 근로자 지위의 특수성 – 지방공무원 징계 가중 규정을 공무직에게 그대로 기계적으로 적용해 최고 수위의 해고를 선택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봄.
정리하면, 법원은 “이 사건은 징계 사유가 될 수는 있지만, 해고라는 극단적인 수위는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 징계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결국 박민수 씨 해고는 무효라는 결론, 즉 부당해고구제를 인정했습니다.
부당해고구제가 안됐다면, 환경미화원인 의뢰인이 겪었을 수 있는 불이익
많은 분들이 “이미 해고 통보도 받았고, 징계위원회·재심까지 다 거쳤는데,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냐”며 체념하십니다. 이현이 없었다면, 박민수 씨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불이익이 현실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해고 확정 → 생활 기반 붕괴
공무직 환경미화원으로 안정적인 정기소득을 얻던 박 씨가 해고를 그대로 수용했다면, 곧바로 가족 전체의 생계에 큰 타격이 갔을 것입니다. 특히 부모 부양과 자녀 교육비가 동시에 필요한 가장에게 해고는 단순한 “직장 변경”이 아니라 “생활 기반의 붕괴”에 가깝습니다.
“중대한 비위로 해고된 사람”이라는 낙인
형사적으로는 무혐의라도, 인사 기록에는 “성실의무 위반, 산업폐기물 무단 처리, 해고”라는 낙인이 남습니다. 이후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업체 취업 시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스스로도 “내가 그렇게까지 잘못한 사람인가”라는 자책감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전례’가 만들어진다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는 다른 환경미화원, 공무직 근로자들에게도 이 사건은 “선의로 도와준 일도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신호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제대로 다투지 못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비례의 원칙을 벗어난 해고라도 “한 번 해봤더니 통하더라”는 전례가 되어 비슷한 징계가 더 쉽게 반복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되돌릴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
부당해고구제 절차(노동위원회 구제신청, 해고무효 소송 등)는 기한·절차를 놓치면 회복이 매우 어렵습니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못해 기한 내에 제대로 된 주장을 구성하지 못했다면, 해고는 사실상 확정되고, 나중에 뒤늦게 억울함을 호소해도 법적으로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 부당해고 구제신청, 혼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
환경미화원 부당해고구제, 이럴 때 가능할까요?
Q1. 근무 중에 근무지를 잠시 이탈했는데, 이것만으로도 해고가 되나요?
A. 근무지 이탈 자체는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언제·어떤 목적·얼마나 오래·실질적 피해가 있었는지에 따라 징계 수위는 크게 달라집니다. 단순 근무지 이탈을 이유로 곧바로 해고까지 가는 경우, 비례의 원칙 위반으로 부당해고구제가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Q2. 형사 무혐의 처분 시, 공무직 징계 해고도 무효가 될까요?
A. 자동은 아닙니다. 그러나 형사상 혐의없음(무혐의) 결정은 “이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강력한 자료입니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사용자가 징계에서만 과도하게 ‘중대 비위’로 몰아갈 경우, 무혐의 결정은 해고의 과도성을 지적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Q3. 예전에 징계를 한 번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걸리면 무조건 해고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 징계 전력이 있다는 것만으로 무조건 해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비위와 이번 비위의 성격이 유사한지, 반복적인지, 중대성이 비슷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보아야 하고, 이를 기계적으로 누적해서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리는 것은 징계재량권 남용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4. 공무직·무기계약직도 부당해고구제를 신청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공무직·무기계약직 근로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노동위원회 부당해고구제 신청, 해고무효 소송 등을 통해 해고의 정당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소속 기관·형태에 따라 적용되는 규정과 절차가 조금씩 다를 수 있어,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Q5. 이미 징계위원회와 내부 재심에서 모두 기각됐는데, 지금이라도 상담을 받아볼 가치가 있을까요?
A. 충분히 있습니다. 내부 절차(징계위·재심)는 말 그대로 “사용자 내부의 판단”일 뿐이고, 외부 기관(노동위·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는 절차는 별도로 존재합니다. 다만, 각 절차마다 제기 기한이 있기 때문에, 해고 통보를 받으셨다면 최대한 빠르게 상담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선의로 도운 일이, 인생 전체를 무너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환경미화원, 공무직, 무기계약직으로 일하시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새벽부터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도시의 일상을 지탱한다는 점, 그리고 그만큼 현장 재량과 인간관계의 부탁이 자주 얽힌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규정만 놓고 보면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는 행동이 “선의”라는 이름으로 쉽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사용자는 그 중 일부만 골라 “중대한 비위”라고 몰아붙이고, 이전 작은 실수까지 끌어와 “전력이 있다”며 해고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은, 그리고 법원은 언제나 비례의 원칙, 징계 수위의 적정성, 선의와 실질적 피해 유무를 함께 봅니다.
만약 지금, 환경미화원으로 일하시다가 비슷한 일로 조사·징계·해고 위기에 놓여 있다면, “이미 결정 났으니 어쩔 수 없다”고 단정하지 마시고, 부당해고구제 가능성을 한 번 냉정하게 점검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조금만 더 일찍, 조금만 더 정확한 법률 조언을 받았더라면 지키실 수 있었던 자리들이 있습니다. 그 자리를 지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저희가 옆에서 법적인 부분을 함께 고민하겠습니다.